데이터와 논리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것보다 데이터 기반으로 판단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려는 이유가 뭘까?
어떤 목적을 가장 최선으로 달성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어떤 목적에 부합하는 성공적인 결과의 사례가 충분히 쌓여 있는데,
그 사례가 그 간 합당하다고 생각해왔던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예를 들어,
회사가 성장하는 법에 대한 합리적으로 보이는 논리가 있다고 하자.
좋은 거버넌스, 환경, 프로세스... 등등.
그런데 실제 존재하는 수많은 성공적인 회사가 이러한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그 건 그냥 틀린 것이다. 그 것이 아무리 합리적으로 보이더라도 말이다.
예를 들어 이야기해보면,
어떤 회사가 거버넌스, 프로세스 없이 성장한 이후 회사가 커졌다는 이유로 표준적인 구조와 프로세스를 갖춘다. 그 이후 성장률이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고 원래 문화를 잘 유지하는 회사는 성장률이 유지되거나 덜 떨어진다.
그럼 과연 이 구조, 프로세스는 올바른 것일까? 아마 아닐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 것이 진실임에도 큰 착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시간적 흐름을 무시하고, 이미 커져버린 회사를 현재 시점에서 살펴보면 전형적 거버넌스, 프로세스를 갖춘 회사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형적인 거버넌스, 프로세스를 갖추면 큰 회사가 될 수 있구나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전형적으로 인과관계를 착각한 사례이다.
이러한 오류를 인지했음에도 처음 믿었던 합당해보이는 논리를 고수하는 것은 본래 목적을 잃어버린 아집일 뿐이다.
이런 예시 중 또 다른 대표적인 것이 공산주의일 것이다.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는 너무나 합리적이고 아름다워 보이는 이론의 공산주의가 성장률이 낮고 행복도가 낮다면, 그건 그냥 틀린 것이다.
상대적으로 약육강식에 해당하는 비인간적으로 보이는 자본주의가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주었다면 그게 옳은 것이다.
이론이 중요한게 아니다. 실제가 중요하다.
인간의 판단력이란 매우 미약하다.
인간이 무엇인가를 판단하기 위해 늘어놓는 이론은 실제와 비교해 아주 단순화 되어 있다.
실제 세계는 이론보다 훨씬 복잡하다. 단순히 몇 줄의 글, 수식, 심지어 몇권의 책으로도 실제 세계에서 벌어지는 단순한 사례 하나조차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 이론이 얼마나 합리적으로 보이느냐에 집중하기보다 실제로 좋은 결과를 가져온 사례를 취합해 결론을 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합리적 이론은 충분한 사례가 없을때 확률 높은 가설을 마지못해 선택하는 것이다.
조금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만약 비합리적 판단을 하는 회사가 대체로 성장률이 더 좋다면, 그냥 그게 옳은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는건 아니다. 그냥 예시일 뿐이다.) 지금의 이론으로 설명이 안되는 숨어 있는 변수가 있는 것이겠지.
경영학 책에 나오는 좋은 거버넌스와 프로세스를 갖춘 회사가 통계적으로 성장률이 더 나쁘다면, 그건 어떤 저명한 교수가 이야기했든 아무리 논리정연하든 간에 틀린 것이다.
이론(논리)에 매몰되어서 실제(데이터)를 외면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이론은 좋은 결과를 위해서 존재한다.
하지만 그 것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아직도 공산주의가 존재하는 것이겠지.
p.s
데이터가 충분히 없는 새로운 일인 경우는 어떡하냐고? 당연히 좋은 가설을 세워야겠지.
이 이야기는 충분한 과거 사례가 있는 경우로 한정한 것이며, 이렇게 충분한 데이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럴싸한 이론에 유혹당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