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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시자와 추종자

gaganation 2019. 1. 9. 18:45

창시자는 열려있지만, 추종자는 닫혀있다.


"ㅋㅋㅋ"라는 표현을 세종대왕에게 보여준다면,

"이야~ 한글을 이렇게도 활용할 수 있구나, 대단한데? ㅋㅋㅋ" 라고 했을 것 같다.

하지만, 막상 그 뒤의 후손들이,

"감히, 고귀한 한글을 훼손해?!" 라며 화를 내는 거지.

(이건 어디서 본 글이었는데, 인상에 남아서 다시 적어본거다.)


게임을 개발할 때도, 막상 초기 개발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쉽게 흡수하고,

아, 그렇게 만들걸! 이라며, 자성하는 모습도 보이는데 반해,

오히려 후임 개발자들이 우리 게임은 그런 게임이 아니다! 라며, 새로운 생각에 닫힌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가끔 초기 개발자들도 닫힌 모습을 보일때가 있는데,
보통 그건 또 다른 과거 추종에 의해 만들어진 설정이나 타인에 의해 형성된 스테레오타입이 머릿속에 남아있을때이다.

예를 들어, 반지의 제왕 계열의 판타지 설정을 깬다든가, 특정 몬스터의 스테레오타입을 침범한다거나 할 때 거부감을 보인다.

즉, 초기 개발자도 설정에 대해선 추종자이기 때문에 닫힌 모습을 보인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진짜 창시자는 보통 열린 태도를 보인다. 그리고 만약 어떤 새로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이유가 합리적이다.

하지만 추종자는 어떤 제안을 단지 "원래 그렇지 않았다" 라든가, "우리 게임(영화, 인물, 음식, 국가 특성 등)은 그런 게임이 아니다" 라든가 하는 비논리적인 이유로 거절한다.


그런 이유로 "정통"은 창시자가 아닌, 후임자에 의해 만들어진다.


평양냉면의 본류에선 이 것을 더 맛있게, 현재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끊임없이 변형, 개선시키는데 반해,

명맥이 끊어진 다른 곳에서 오히려 정통이라며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며, 사람들을 훈계해면서까지 과거 것을 고집한다.

그건 뭐든 마찬가지이다.

건축, 미술, 음식, 자동차, 내가 경험한 대부분의 것에서 

정통이란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흡수한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는 후임자의 태도"를 뜻한다.


과거의 것은 곧 역사이기 때문에 배울 필요는 있지만, 그 것이 꼭 현재에 살아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호기심이 아니라면, 도대체 왜 100년 전에 고수하던 방식으로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예전에 누군가가 창조한 방식을 변형하거나 재창조하면 안되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


결국 하고픈 이야기는,

자신이 어떤 생각에 확신이 든다면,

그 확신의 이유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봐야 하고,

그 확신의 논리가 빈약하다면, 그 확신은 추종에 의해 만들어진것이 아닌지 뒤돌아봐야 한다.

즉, 스스로 추종자가 아닌지 생각이 갇혀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성역은 그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닐까.